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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주얼리 제조업체들의 공임, 이래도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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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귀금속보석신문 댓글 0건 조회 958회 작성일 22-03-1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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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대비 모든 비용 두 배로 올라... 주얼리 공임만 제 자리”

제조업은 산업의 뿌리, 제조업이 병들면 전 산업에 위기, 머리 맞대고 대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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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귀금속제조협동조합(이사장 이경숙, 서울제조조합) 사무실에서, 7명의 주얼리 제조업체 대표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제조조합 이경숙 이사장은 “주얼리 제조업체들의 공임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기 위해 약식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자리에서 제조업체들이 얘기하는 업계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주얼리 제조업은 업계의 뿌리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제조업체들이 물건을 잘 만들어야, 총판, 소매업체들도 장사를 잘 할 수 있다. 

이들이 병들면 나머지 업계들도 힘들어진다. 고사 위기에 몰린 제조업계, 대안은 무엇일까?


■ 합금 부자재인 알로이, kg당 20여 만 원에서 40여 만 원으로 ‘껑충’


 “10여 년 전 업계 전체적으로 공임을 현실화하자 해서 어느 정도 공임을 올린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 공임은 거의 제 자리 수준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그 후 모든 게 다 올랐는데, 공임만 거의 그대로입니다”

현재 반지 하나 만드는데 일반적인 공임이 15,000원, 18,000원 한다. 그런데 10여 년 전에는 반지  공임으로 12,000원 남짓 들어갔다.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다른 비용들은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한 제조업체 대표가 하소연했다.

“합금 자재로 쓰이는 알로이가 최근 2년 사이에만 kg당 가격이 20여 만 원에서 40여 만 원으로 올랐어요. 도금비도 기존 1,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고, 우리 회사의 경우 공장 임대료는 월 2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올랐어요. 직원들 점심비를 지원하려고 하면, 10여 년 전에 3,500원-4천원 하던 게, 요즘은 최소 7천 원 이상은 줘야 하죠.”

한 업체 대표는 “매출을 3천여 만 원을 올리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예전에는 약 1천여 만 원이 들어갔다면, 현재는 그 정도 매출을 올리는데, 약 2천여 만 원을 들여야 할 정도로 제반 비용이 크게 오른 것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 십년 새 최저임금 96만원에서 191만원으로


 제조업체들에게 사실 가장 부담되는 것은 직원들 급여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직원들 최저임금이 2012년 96만 원에서, 올해 191만원으로 거의 2배가 올랐다. 

이에 따라 10여 년 전 숙련 기술자 월 급여가 250여 만 원 정도였다면, 현재는 400여 만 원 이상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기술자들을 구하기가 어렵다. 

“제조업체들이 열악하다보니 젊은 애들이 주얼리 업계에 발을 들이려고 하질 않아요. 그래서 차츰 기술자들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이에 따라 기술자들의 대가 끊기고 있어서, 기술자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급여만 계속 올라가게 되는 거죠.”

여기에 더해 근로기준법 규정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진즉부터 4대 보험 가입, 퇴직금 의무화, 연장근로수당 지급 등의 제도를 시행해야 했고, 요즘은 공장 내 환경영향 평가 제도 도입 및 직원들에 대한 특수 검진 등의 제도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제도들을 하나하나 사업장에 도입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제반 공장 운영비용이 늘게 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에는 연차 휴가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함께 갈수록 노동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고, 노조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사용자로서 법 준수와 노동자 후생 복지에 대한 노력이 더욱 필수화되고 있는 것이다. 


■ 디자인 개발 비용도 배 이상 오르는데, 공임 매출은 제자리


 디자인 개발비 부담도 더 늘고 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유행의 변화가 훨씬 빠르다. 그래서 제품을 개발했을 때 예전에는 한 달여 정도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다면, 요즘은 보름 간격으로 소비자들의 취향이 바뀌는 형국이다. 

그래서 제품 개발비가 곱절이 더 들어간다. 게다가 애써 개발한 제품도 성공 확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정보 확산의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매월 우리 회사는 6-7개의 신제품을 출시합니다. 그렇게 해서 연 70여개의 신제품을 출시합니다. 그 중 한 두 개가 시장에서 호응을 얻게 되면 우리 회사는 유지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한 회사 대표의 말이다. 이 회사의 경우엔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비만 매년 수억 원의 비용을 투자하게 된다. 3-4명에 이르는 디자인실 직원들의 연 단위 인건비에 원본 개발비, 기타 비용까지 모두 통산했을 때의 비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이라도 늘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악화로 금값을 뺀 공임 매출은 거의 제 자리 수준을 맴돌고 있다. 

이러다보니 이 업체의 기술 개발비 투자 또한 예전만 못하다. 실질적으로 투자 여력이 없어진다. 이런 식으로 제조업체들이 자꾸 제품 개발을 하지 못하게 되면, 소매점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손님들에게 보여줄 제품이 없어지는 것이다.


■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공임 견적 구조


우리나라는 익히 아는 것처럼 도·소매업체가 제조업체에 견적을 넣을 때,  다이아몬드 값 얼마, 다이아몬드 물림 비용 얼마, 도금비용 얼마, 공임 얼마 식으로 항목별로 단가를 산정하여 견적을 뽑는 관행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막대하게 들어가는 디자인 비용이나, 숙련 기술자의 공임 등을 견적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디자인 개발비나 숙련 기술자의 숙련도 등은 추상적이어서 쉽게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함부로 이러한 비용을 공임에 잘못 반영하면, 공임 비용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에서 큰 반발을 초래하는 위험이 뒤따른다. 

이런 면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g당 단가제나, 품목별 정가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금값을 제외한 g당 단가로 환산하거나, 정가제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구매하는 당사자들도 제품을 전체적으로 보고, 가성비를 따져서 판단하게 되기 때문에, g당 단가가 다소 높아져도 반발이 줄어들 수 있다. 


■ ‘나 홀로 공임 인상?’


 “제품이 좋으면 공임을 충분히 올려도 살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라고 제조업체들에 대해 반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날 참석한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흔들었다. 한 업체 대표가 다음과 같이 본인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4년여 전 공장을 운영하는데 하도 비용이 과도하게 들고, 이대로 나가다가는 도저히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겠단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당시 공임을 약 30% 남짓 올렸습니다. 

한편으론 제품의 완성도 면에서 충분히 우리 제품의 퀄리티가 있다고 판단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지난 해 손들었습니다. 외국 명품 정도의 수준이 아니면, 나 홀로 공임을 올렸다가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분의 얘기대로라면 결국 남아있는 길은, 전 제조업계의 단체 행동밖에 없다. 그런데 그 또한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 도대체 대안은 무엇일까.


■ 도소매업계의 입장은


 사실 주얼리 제품의 단가 구조를 보면, 도소매업계도 공임 인상에 대해 그리 큰 저항감을 갖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얼리 제품의 가격에서 차지하는 금 원가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금값이 천정부지로 솟는 과정에서는 더욱더 말할 나위 없다. 소매 가격이 100만 원 하는 반지 제품의 공임을 예로 들어보자. 18,000원에서 3만원으로 공임을 올린다 하더라도, 전체 소매가 인상률은 불과 1.2%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1.2% 소매가격만큼의 공임이 인상된다면, 당장에 제조업체들은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일정하게 경영 압박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제품 개발도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매점업계를 대표하는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김종목 회장은 본지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제조업계의 공임 인상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주얼리 제조업체들이 최저임금의 상승, 기술자들의 급여인상, 정부 부처의 지도감독 등 여러 악재들을 버티고 이겨 낼 수 있도록, 최소한의 공임 인상은 불가피 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단, 그 같은 공임 인상에 상응하여 제조업계는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함량 준수와 철저한 생산자 각인 제도의 실시로 자신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김 회장은 이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제조업계 대표들과 만나 이같은 도소매, 제조업계간 상생을 위한 협의를 할 의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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