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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종로 주얼리업계에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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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귀금속보석신문 댓글 0건 조회 994회 작성일 22-07-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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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노동자 중 4명, 폐쇄성폐질환 및 폐기종 환자로 판정

 2005년 규폐증 환자와 수년전엔 혈액암 환자도 나온 적 있어, 전수 조사할 경우 ‘매우 심각할 것’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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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종로 주얼리업계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진단 결과, 1명의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가 나왔다. 그리고 3명은 폐기종 진단을 받았고, 1명은 기관지 질환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10명은 특별한 질환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해 3월 주얼리 노조 종로 분회 의뢰로 녹색병원에서 실시한 건강진단 결과 밝혀졌다.

주얼리 노조 종로 분회는 임의로 주변의 주얼리 노동자들의 신청을 받거나, 추천을 받아 15명의 건강진단 대상자들을 선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진단 대상 노동자들 중 27%의 노동자들에게서 중증 폐질환이 발견됨에 따라, 업계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체 노동자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경우, 환자들이 다수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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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명의 중증 환자들을 분석해 보니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린 노동자는 58세 나이로 39년 동안 주얼리업에 종사해 왔다. 주로 광실에서 일해 왔고, 현재도 광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폐기종에 걸린 세 사람은 공교롭게도 모두 40세였다. 두 사람은 현재 광 작업을 하고 있고, 한 사람은 캐스팅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중 두 사람의 주얼리 종사 업력은 20년이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15년이었다.


■ 만성폐쇄성폐질환과 폐기종은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는 처음에는 힘들게 일하거나 빨리 걸을 때 조금 숨이 차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기침을 많이 하게 되고, 기침할 때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이 상태가 더 악화되면, 기침과 가래 증상이 더 많아지고, 어느 때나 숨이 차는 증상을 겪게 된다. 급기야는 직장에서 일하는 게 어려워지고, 계단을 오르거나 걷는 게 힘들어진다. 

심지어 집안일도 하기 어려워진다. 


폐기종은 기관지나 폐에 염증이 생기면서 시작되는데, 이게 악화되면서 숨을 쉴 때 폐 조직을 조절하는 섬유가 파괴되게 된다. 그러다 더 악화되면 폐조직이 점차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으로 발전하게 된다. 

심할 경우 가만히 있는데도 호흡 곤란을 느끼게 되며, 입술과 손끝이 파래지는 청색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을 진단한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윤간우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판정을 받은 A씨에게 “비슷한 체격 조건의 사람들은 폐 용량이 4ℓ 정도인데, A씨의 경우엔 2.8ℓ밖에 안 된다”라며, “CT 촬영 결과를 보면 30%의 폐 부분이 꺼멓게 죽어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는 한번 손상된 폐는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라며, “공장에서 작업하면서 먼지를 많이 마시면 이렇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세공할 때 쓰는 세척제, 연마제 등 산류를 많이 쓰는데, 이런 위험 물질들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작업장 내 환기를 제대로 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 2005년엔 규폐증(진폐증) 환자 다수 발생하기도

지난 2005년, 보석원석을 연마하는 연마업계에서 다수의 규폐증 환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규폐증이란 보석원석 가공과 같은 작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돌가루나 먼지가 폐에 들어가 축적돼 생긴 병이다. 

탄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자주 나타났던 진폐증처럼, 폐에 쌓인 돌가루나 먼지 때문에 점차 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병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30여 명의 연마업 종사자들이 진단을 받은 결과 2명이 규폐증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KBS 시사기획 ‘창’에서는 지난 해 1월 주얼리 업계 노동자 중 60세 임 모씨와 73세 황 모씨가 각각 골수 이형성 증후군(혈액암), 림프종(혈액암)을 앓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서는 옥돌 가공 영상을 보도하면서, 검정색 천연 옥돌에 색을 입히는 안료 작업을 하는 노동자의 사례를 전했다. 그는 그 같은 작업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에 자주 노출돼 림프암 판정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례들은 주얼리 제품 제작 과정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위험 물질 및 먼지, 돌가루 등으로 심각한 건강상 위험에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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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얼리 제조업체들이 사용하는 위험 화학물질 

2019년 7월-8월 서울근로자건강센터가 주얼리 제조업체 6곳의 사전 동의를 얻어 심층 조사를 실시했다. 이 사업장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 제품이 과연 어떤 것들인지 확인하고, 그 물질들의 위험성 정도와, 실제 작업 환경 상황을 측정해보고자 하는 조사였다. 

그 결과 이들 기업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 제품은 총 12종이었고, 그 과정에서 직접 노출되는 화학물질 수는 총 19종이었다<표2 참조>.


▶ 화학물질들의 위험성 평가 결과

그 중 우리나라 안전보건공단, 미국 유해물질 자료은행, 유럽연합 규정 등 3개국 규정상 유해성 물질로 분류된 물질은 과산화수소, 에탄올아민, 탄산나트륨 등이었다. 

과산화수소는 뻥 작업을 할 때 쓰이는 물질인데, 피부에 심한 화상을 일으킬 수 있거나, 눈에 손상을 일으키고, 호흡기에 심한 자극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분류됐다. 우리나라 규정에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의심 물질로도 분류됐다. 

역시 뻥 작업을 할 때 쓰이는 시안화나트륨 계열의 탄산나트륨은 특히 눈에 심한 자극을 일으킬 수 있고 흡입할 때 유해한 물질인 것으로 분류됐다.

에탄올아민은 광 작업이나 주얼리 제품 세척을 할 때 쓰이는 물질이다. 이 물질도 피부에 심한 화상과 눈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흡입시 위험하며, 장기간 또는 반복 노출시 신체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분류됐다.  


이어 우리나라, 미국, 유럽 규정 중 두 나라에서 위험물질로 분류되는 노출 화학 물질들을 살펴보자. 이러한 물질에는 에탄올, 이소프로필알코올, 수산화나트륨, 모르폴린 등 모두 4가지 물질이 있었다. 

그 중 원본 작업을 할 때 쓰이는 에탄올은 눈에 심한 자극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분류됐다. 그리고, 세척작업에 쓰이는 이소프로필알코올도 눈에 심한 자극을 일으킬 수 있고, 흡입 시 유해할 수 있는 물질로 분류됐다.

뻥 작업 때 쓰이는 수산화나트륨은, 피부에 심한 화상과 눈 손상을 일으키며, 삼키면 유독한 물질인 것으로 분류됐다. 

광택이나 세척 작업에 쓰이는 수프라클린 엑스트라 계열의 모르폴린은 삼키면 유해하고, 피부와 접촉 시 심한 화상과 눈 손상을 일으키는 물질인 것으로 확인됐다. 

3개국 중 1개국에서 위험물질로 분류되는 물질은 다음과 같은 물질들이었다. 

주조 작업 시 쓰이는 아황산나트륨, 이황산나트륨, 붕소산 사나트륨염, 세척 작업 시 쓰이는 나트륨메타규산염, 알킬벤젠 설폰산나트륨, 광택 및 세척 작업 시 쓰이는 유리인산칼륨, 뻥 작업 시 쓰이는 시안화나트륨, 가공 작업할 때 쓰이는 실리콘카바이드, 왁스 작업 시 쓰이는 파라핀왁스 등 모두 9가지 물질이었다. 

이들 물질들 또한 인체에 매우 유해한 물질로 분류됐다. 아황산나트륨은 삼키면 유해하고, 흡입 시 알레르기성 반응, 천식, 또는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었고, 이황산나트륨은 눈에 심한 손상을 일으키는 물질이었다. 

나트륨메타규산염은 삼키면 유해하고, 피부와 눈에 심한 화상을 일으키는 물질로 분류됐다. 유리인산칼륨은 삼키면 유해하고, 호흡기계 자극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었다. 

시안화나트륨은 삼키거나 피부에 접촉하면 치명적이었다. 실리콘카바이드는 눈에 심한 자극을 일으키고, 호흡기계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분류됐다. 

알킬벤젠 설폰산나트륨은 삼키면 유해하고, 피부에 자극을 일으키며, 특히 눈에 들어갈 경우 심한 자극을 일으키는 물질로 분류됐다. 장기간 또는 반복노출 되면 신체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었다. 

파라핀왁스는 호흡기계 자극을 일으킬 수 있고, 장기간 또는 반복노출 시 신체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분류됐다.

  

▶ 이번 조사를 실시한 서울근로자건강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사업장 유해 환경을 측정한 결과, 매우 위험성이 높은 물질이라 하더라도, 이를 다루는 회사 및 작업자가 안전 준칙을 엄격히 지키고, 환기 장치 등 작업장 환경을 안전하게 관리한다면, 충분히 유해성 정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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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 모색; 전 주얼리 제조업체 유해환경 조사 및 작업자들 건강검진 등 필요  

이번에 종로 주얼리 노조가 시험적으로 실시한 건강진단 결과, 다수의 노동자들이 중증 폐질환 환자였던 것으로 밝혀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더 많은 노동자들을 검진할 경우 굉장히 많은 노동자들에게서 비슷한 질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한시적으로 전 주얼리 제조업체들에 대한 작업장 환경 조사와 노동자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다음 각 작업장 별로 유해물질 관리 및 작업자 교육을 더 엄격히 실시하고, 유해물질을 다루는 작업자들에 대한 정기 건강 검진과 같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열악한 주얼리업계의 특성상 이 같은 건강검진의 필요성은 사용자들이라고 해서 예외로 보기 어렵다. 

1-2인 사업장이 많아 이러한 유해한 작업은 사용자들이 주로 담당하는 경우도 일반적이다. 그리고 직원들이 많다고 해도, 이러한 위험 작업은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가 직접 담당하곤 한다. 


▶ 산재 보험 가입이 돼 있지 않은 경우의 치료비는

이번에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로 진단된 A씨의 경우, 지난 39년간 업계에 종사해 오면서도 산재보험 가입 사업장에서의 근무 기간은 단 2년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병원에서 바로 요양에 들어가야 한다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실정이다. 

10살 남짓 되는 아이까지 키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성화돼 있는 업계의 실정상 이러한 문제는 비단 A씨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다수의 질환자가 나올 경우, 치료비 및 요양비를 어떻게 조달해야 할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주얼리 노조와 주얼리 단체들, 정부 기관 및 지방 자치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벌여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작금 실시 중인 ‘서울지역 주얼리 소공인 작업환경 개선사업’ 주목

현재 서울지역 주얼리 소공인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서울지역 주얼리 소공인 작업환경 개선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서울산업진흥원이 4억 5천만 원을 지원하고, 서울주얼리산업협동조합(이사장 임지건)이 집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래서 업체당 5백만원 한도 내에서 작업장 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해 준다. 이번 사업은 원래 80여 개 업체를 지원하고자 했는데, 6월 24일 현재 총 108개 업체가 지원신청을 해온 상태다.

조합은 이들 업체들에 대해 최대한 지원 범위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하겠지만, 모든 지원 신청 업체들을 다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이번 검진 결과를 고려하여, 특히 환기 시설 확충 방안에 더욱 신경써 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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