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주얼리 제조업계 작업환경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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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귀금속보석신문 댓글 0건 조회 1,001회 작성일 22-08-23 10:34본문
“주얼리 업계 위험 물질, 관리여하에 따라 위험성 크게 경감 가능 확인”
서울근로자건강센터의 ‘2019년 종로 주얼리 제조 표본사업장, 작업환경측정 및 유해요인 조사’ 결과 밝혀져
지난 7월 20일자 ‘종로 주얼리 업계에 만성폐쇄성 폐질환 환자 나왔다’라는 제하의 본지 보도는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한 편으로는 “업계 작업 환경 개선 및 위험물질의 안전한 관리의 일대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른 한 편에서는 “예전과 달리 최근 들어서서는 업계 작업 환경이 크게 개선돼 있다. 그리고 위험물질 관리도 비교적 세심하게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기사로 전체 주얼리 제조업계가 매우 위험한 직종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사”라는 비판도 쇄도했다.
이에 따라 추가 취재를 통해 새로이 확인된 내용을 보도한다. 그리고 지난 호에 일부 소개했던 서울근로자건강센터의 ‘2019년 주얼리 제조업체들의 화학물질 위험성 평가와 작업환경측정 조사’ 결과에 대해 좀 더 상세히 기술한다.
■ “10-15년여 전부터 주얼리 광 작업실 환경 크게 개선”
지난 7월 본지는 주얼리 제조업계에서 일하는 15명의 노동자 중 1명이 폐쇄성 폐질환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또 다른 3명은 폐기종 환자로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중 3명이 공교롭게도 20-38년간 ‘광 작업’에 종사해 온 사람들이었다.
이에 따라 혹시 광 작업 환경이 크게 나쁜 것 아니냐 하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추가 취재 결과 이러한 의문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의 다수 증언들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았다.
“IMF 금 모으기 캠페인 이후 금값이 크게 오르게 됐다. 그러면서 귀금속 공장에서는 광 작업 기기에 집진기를 설치하는 게 유행처럼 번져 갔다. 광 작업자들의 건강도 건강이지만, 광 작업 시 발생하는 금가루들을 집진기를 통해 회수하기 위한 목적도 강했다.”
이에 따라 점차 업계 전체적으로 광 작업자들의 작업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 이전에 광 작업 환경은 너무 좋지 않았다. 아무런 보호 장구도 없이 그리고 환기도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작업을 하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나 최근 10-15년 사이에 새로이 취업하여 광 작업에 종사해온 사람들의 경우, 폐 질환에 걸릴 확률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즉 이번에 폐질환 환자들로 확인된 노동자들의 경우, 좀 더 세부적으로 이들이 폐질환에 걸리게 된 과정을 좀 더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광 작업 환경이 전체적으로 매우 좋지 않았을 시절에 근무한 결과, 와병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닌지, 아니면 최근에 폐질환에 걸렸다면, 그 회사의 작업 환경이 일반 업계와는 달리 매우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었던 것은 아닌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는 주얼리 업계의 작업 환경 때문에 걸린 것이 아닌, 과도한 흡연 등 제3의 원인에 의해 병에 걸리게 됐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해 관련 건강진단을 진행한 바 있는 녹색병원 윤간우 직업의학과 과장은 인터뷰를 통해 “특별한 예외가 아닌 한 작업 환경으로 인해 질환이 생기는 것은 보통 1-2년 사이에 급격히 생기는 게 아니다. 그래서 이번 환자들의 발생을 두고, 최근 몇 년 동안의 작업 환경 결과 탓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재해로 인한 발병과 흡연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는데, 담배까지 피우면 후유증이 더 훨씬 커진다. ‘1+1=2가 아닌 4, 5’가 되기 때문에 심각하다”라고 강조했다.
■ “2019년 종로 주얼리 제조 표본사업장, 작업환경측정 및 유해요인 조사” 결과는
“6개 사업장의 경우, 모든 유해물질 노출 수준, 위험 기준 ‘미만’으로 확인”
환경연구소 “단, 이 결과를 주얼리 제조업계의 일반화는 경계... 평소 위험물 관리 중요하다는 의미” 강조
2019년 서울근로자건강센터는 종로 지역 내 주얼리 제조업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화학물질 위험성 평가와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하였다. 이 조사는 산업보건전문기관인 ㈜사람과 환경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용역을 받아 진행했다.
㈜사람과 환경연구소는 동년 6-7월, 소개를 받은 주얼리 제조업체 사업장에 연락하여 사업주가 동의한 6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대상 사업장은 모두 종로구에 위치하고 있었고, 귀금속 및 관련제품 제조업으로 등록돼 있었다.
근무하는 노동자 수는 5인 미만 1개 업체, 10-19인 2개, 20-29인 3개 업체였다.
조사 결과 이들 사업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화학물질 제품은 12종, 노출 화학물질은 모두 19종이었다. 6개 사업장 중 5개 사업장이 사용하는 화학물질 제품은 왁스, 과산화수소, 시안화나트륨이었다.
그런데 12종의 화학물질 제품 중 전문가 위험성 평가에서 중대한 위험이 있다고 평가된 제품은 과산화수소와 시안화나트륨이었다. 그러나 동일한 물질을 사용하더라도 사업장이 관리하는 방식에 따라 상당한 위험으로부터 위험성을 경감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상 유해인자 조사도 같이 실시했는데, 산업안전보건법 상 작업환경측정 대상 유해인자는 모두 15개 종류였다.
이를 커다란 범주로 나눠 나열해 보면, 산 및 알칼리류에 과산화수소, 수산화나트륨, 시안화나트륨, 가스 상태 물질류에 시안화수소, 유기화합물류에 에탄올아민, 이소프로필 알코올, 금속류에 니켈(원소), 구리(흄), 구리(분진과 미스트), 은(금속), 산화아연(흄), 산화아연(분진), 크롬(금속과 크롬3가 화합물), 분진류에 기타 광물성 분진, 용접 흄 등이었다.
그런데 이번 작업환경 측정 결과, 모든 측정 물질이 모든 사업장에서 기준 미만의 측정치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이같은 결과는 주얼리 사업장에서 쓰여지고 있는 유해인자들이 많긴 많으나, 실제 근무하는 노동자에 대한 위험물질의 노출 수준은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단, 연구소는 “그러나 본 연구결과를 전국 또는 서울의 모든 주얼리 제조업체의 결과로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소는 “본 연구에 참여한 주얼리 제조업체들은 작업환경관리와 안전보건에 대해 관심이 높은 업체들로, 주얼리 제조업체의 평균적인 상황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소는 “주얼리 제조업체의 작업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문제들이 다수 제기되어 왔으나, 안전보건관리를 잘 하고 있는 주얼리 제조업체들의 경우, 작업환경의 건강 영향 위험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 인터뷰, 지난 해 주얼리 노동자 건강 진단한, 녹색병원 윤간우 직업의학과 과장
“책임 소재 떠나 조속한 진단 필수, 질병 조기 발견하여 치료해야”
산업재해 질병은 매우 오랜 동안 진행, 오래 전 열악한 환경 탓일 수도, 안 좋은 작업환경에 흡연 매우 위험
지난 해 3월부터 4월 사이에 주얼리 제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 15명에 대해 검강검진이 실시됐다. 그 결과 1명이 폐쇄성 폐질환, 3명이 폐기종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진단을 진행한 녹색병원 윤간우 직업의학과 과장을 만났다.
윤 과장은 의대 졸업 후 산업재해 전문 병원인 녹색병원에 자원하여 근무해 왔다. 그리고 17년째 산업재해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1년여 전 이 같은 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임의로 선정한 노동자들 중 다수가 폐질환에 걸려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업계가 열악하고, 다양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종이어서, 비슷한 질환 환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 예전에 비해 주얼리 업계도 환경 개선이 많이 이뤄져 온 것은 사실인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작업 환경으로 인해 질환이 생기는 것은 1-2년 사이에 급격히 생기는 게 아니다. 10-20여년의 긴 세월을 두고 장기간에 걸쳐 걸리게 된다.
그래서 이번 환자들의 발생을 두고, 최근 몇 년 동안의 작업 환경 결과 탓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 특히 남성들의 경우엔 흡연의 영향도 크지 않은가
이번 환자들에 대해 흡연 여부를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안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데 담배까지 피우면 후유증이 더 훨씬 커진다.
‘1+1=2가 아닌 4, 5’가 되기 때문에 심각하다. 작업자들은 이런 점을 크게 유념해야 한다.
▶ 폐쇄성 폐질환과 폐기종은 어떤 병인가
폐쇄성 폐질환은 안 좋은 물질이 폐에 쌓이면서 폐가 굳어지는 질환이다. 그리고 폐기종은 들숨 때 폐가 펴지고, 날숨 때 폐가 쪼그라드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질환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안 좋은 공기가 계속 몸에 남아 있게 되는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
그러한 잘못된 폐의 부위가 계속 넓혀지기 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 이번 환자들의 상태와 이 후 치료 과정은
폐쇄성 폐질환 환자의 경우 이미 30%의 폐 부위가 굳어져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아직 직장 생활을 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따르지 않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주얼리 세공 작업이 크게 힘든 작업은 아니지 않는가.
단지 현재 시점에서 더 악화되지 않도록 세심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작업장 환기를 더 철저히 하고, 평소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줄넘기 같은 심폐(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 폐기종 환자의 경우는
폐기종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폐 부위 전체적으로 더 크게 위축되기 이전에, 지금 상태에서라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담배를 피운다면 당장 중단하고, 작업장 환기도 더 잘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운동량을 늘리면, 이미 악화된 폐 기능은 되살리기는 어렵지만, 더 악화되는 것은 방지할 수 있다.
▶ 앞으로의 업계의 대안은 무엇으로 보는가
업계의 특성상 이 분들 이외에도 상태가 좋지 않은 분들이 더 많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그러한 질환은 긴 세월을 두고 진행되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상태를 좀 더 빨리 파악하여, 대비하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시급히 업계 전체적으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사실 그 분들이 현재 어떤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업체의 책임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진단 후 환자가 나오면, 그가 속해 있는 현재의 사업주가 책임을 지도록 하니, 이런 점도 사업주들 입장에서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주얼리 제조업계 작업환경 개선 및 노동자 건강 위한 대안 모색
“위험 물질 관리 어려운 열악한 주얼리 업체들에, 특단의 지원 필요”
지난 7월 본지 기사 보도 후, 추가 취재가 여러 방면을 통해 이뤄졌다. 그 결과 주얼리 사업장 내 위험 물질도, 관리만 잘 하면 크게 위험성을 경감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서울근로자건강센터의 ‘2019년 종로 주얼리 제조 표본사업장, 작업환경측정 및 유해요인 조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더불어 종로 주얼리 제조업체들에게 주얼리 제조 재료를 공급하는 재료 업체들에 따르면, 그 사이 업계에서는 주얼리 제조 위험 물질을 대체하는, 대체물질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들이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 작업 과정에서 쓰여지는 ‘수프라클린 엑스트라’라는 기존 위험 물질 대신, ‘AF 360’이라는 새로운 광택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척 과정에서도 ‘울트라 크린’이라고 하는 위험성이 덜한 탈지제를 쓰기 시작했다. 아울러 주얼리 업계의 대표적인 위험 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 ‘청산가리’(‘스트리핑/뻥’ 작업에 소요되는 물질)의 대체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업계의 다수 관계자들은 “이 같은 다양한 노력도 형편이 열악한 다수의 주얼리 제조업체들에게는 쉽지 않을 수 있다”라는 데에는 대부분의 주장이 일치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러한 열악한 주얼리 업체들을 위해 시급히 주얼리 업계 단체들, 노조, 지자체 등 정부기관 등이 함께 나서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는 여론이 크게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산업재해 전문 병원인 녹색병원 측에서 “어려운 주얼리 업계를 위해 노동자 건강 진단 등 일정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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