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주얼리 착용 샷(사진) 모델의 초상권에 대한 대법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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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귀금속보석신문 댓글 0건 조회 1,405회 작성일 22-05-10 09:14본문
‘착용 샷 사용기간 명시하지 않으면, 일정기간 지난 후 사진 내려야’ 판결
주얼리 쇼핑몰 업계, “어렵게 찍은 사진 모두 없애고, 또다시 찍어야 하는 거냐”며 ‘패닉’
대법원으로부터 파기환송된 판결, 고등법원에서 최종 확정 예정... 업계, “과도한 경제적 불이익 초래” 호소
인터넷 쇼핑몰에 올리는 주얼리 착용 샷(사진)을, 기한 없이 계속 게시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업계에 깊은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사진 촬영 과정에서 모델과의 계약서를 통해, 관련 사진의 게시 기간을 ‘해당 제품 판매 시까지’라고 명시하지 않았을 경우,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해당 사진을 내리거나, 해당 모델에게 사용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업계의 관행과 상식을 뒤엎는 이 같은 판결이 어떻게 나왔는지, 그로 인해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살펴본다.
주얼리 쇼핑몰 업체 A와 모델 B는 2016년 6월 19일 계약(계약서 사진)을 맺고, A사 주얼리 제품 착용 샷을 찍었다. 촬영은 2016년 7월 29일부터 2017년 6월 1일까지 총 9회에 걸쳐 이뤄졌다.
이 같은 촬영 계약과 관련해 A사 윤 모 대표는 이 계약서 ‘제5조 3항에서 ’A사는 해당 상품의 촬영본을 인터넷에 게시, 인화, 전시, 출판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따로 사진 게시기간을 명문화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사실 주얼리라는 게 유행에 민감한 상품이 아니지 않습니까. 한번 구매하면 평생 동안 착용하고 다니기도 하는 품목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주얼리 제품을 홍보하고자 하는 인터넷 주얼리 쇼핑몰의 경우, 따로 사진의 사용 기간을 설정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계약서 내용처럼, 사전에 모델 B에게 인터넷 주얼리 쇼핑몰에 관련 촬영 샷을 올릴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공지한 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 체결과 동시에 모델 B는, 해당 사진이 인터넷 쇼핑몰에 계속 게시될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분명히 용인한 것이라고 봐야 된다고 봅니다.”
게다가 계약서 제5조 1항은 '저작권과 사용권은 A사의 소유이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A사는 ‘사진을 촬영한 이(저작자)로서 자기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배타적인 법적 권리(저작권)’를 지속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고 판단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촬영비용
아울러 주얼리 쇼핑몰 업체들 입장에서는 한번 올린 제품 사진을 주기적으로 모델을 가꿔가면서 새로이 촬영을 해야 한다면, 모델 비용 대비 3-4배 이상의 추가 비용이 계속 들어가야 한다.
“실제 이번 사건 촬영과 관련한 모델 비용은 하루 8시간 기준 45만원씩 405만원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스튜디오 임대 비용, 의상 협찬 비용, 스텝진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1천 5백여 만 원의 추가비용이 더 들어갔습니다.
여기에다 관련 착용 샷을 다시 찍기 위해서는 샘플 주얼리 제품들을 또다시 모두 만들어야 합니다. 그 비용만 해도 1천만 원 이상은 추가로 족히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델 사진 계약 기간의 제한을 둔다면, 쇼핑몰 운영 자체를 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제5조 2항의 ‘초상권은 B의 소유이다’라는 조항은 주얼리 제품의 인터넷 착용 샷의 특성상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주얼리 착용 샷은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닙니다. 인터넷상에서 제품 구입 전 소비자들에게 모델의 착용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찍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진들의 경우 얼굴이 온전히 노출되는 사진들은 드뭅니다. 제품을 돋보이게 해야 하는데, 얼굴에 먼저 눈길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주얼리 착용 샷 모델들은 얼굴이 예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유명 모델들은 더욱더 인기가 없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반면 귀걸이를 착용할 귀 부위나, 목걸이를 착용할 목 부분, 팔찌를 착용하는 팔목 부위가 이쁜 모델들에 대한 선호도는 훨씬 높다.
드라마에서 인기를 끌게 된 모델 B는...
그런데 모델 B는 공교롭게도 2017년 A사와의 착용 샷 촬영을 끝내고 난 후, 출연한 드라마에서 크게 주목을 받는 배우가 됐다. 이에 따라 자신의 연예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지난 2018년 11월, A사에 촬영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사진 사용 허락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해당 사진의 사용중지를 요청했다.
그리고 이어 A사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 금지 및 방해 예방 청구소송(2021다219116)’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 1심은 모델 B측의 손을 들어 줬고, 2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지난 2021년 7월,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원고(모델 B)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계약서에서 사건 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이 A사에 귀속된다고 하는 한편, 사용 방법을 촬영본의 인터넷 게시, 인화, 전시출판으로 구체화한 것은 인정된다. 더불어 계약서는 모델 B에게 초상권이 있음을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사가 상품 판매 시까지 제한 없이 이 사건 사진의 사용권을 부여한다면, 이 사건 사진의 광범위한 유포 가능성에 비추어, 이 사건 사진의 초상권을 사실상 박탈하여 모델 B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따라서 원심은 모델 B가 이 사건 사진의 사용을 허용했다고 볼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을 심리 판단했어야 함에도, 이 사건 사진 사용의 전부가 모델 B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위법이 있다.
따라서 나머지 상고 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 법원에 환송한다“
결국 대법원 판결은 계약서에서 A사에 저작권과 사용권을 부여하면서도, 모델 B에게도 초상권을 부여한 만큼, 사진 사용기간을 따로 명시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대법원 판결
하지만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업계는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다음은 A사 윤 대표의 말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업계 관행과 너무 괴리돼 있습니다. 우리 회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주얼리 쇼핑몰 업체들 공히, 착용 샷의 게시기간을 계약서에 못 박아두고 촬영하는 경우란 거의 없습니다.
쇼핑몰 업체나 모델 측. 양쪽 모두 ‘인터넷에 한번 사진을 올리면 계속 내걸려 있게 마련’이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판결이 확정되면, 대다수 쇼핑몰 업체들은 모델 비용보다 몇 배나 더 들어가는 착용 샷을 모두 다 다시 찍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본지가 접촉해 본 다수의 업체들의 경우, 이 같은 업계의 관행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40여개 이상의 업체들이, 최소 4년에서 최대 13년간 관련 사진의 게시기간에 상관없이, 쇼핑몰에 착용 샷 사진들을 내걸고 있었다.
스타마케팅 광고물과는 완전 다른 착용 샷!
또한 윤 대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주얼리 쇼핑몰 착용 샷 사진을, 유명 연예인들이 주로 등장하여 만들어진 일반 광고물들로 오인하여 내려진 잘못된 판결”이라며,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TV 및 신문 등 미디어 광고에 특정 모델이 클로즈업 되어 나오게 됐다거나, 건물 간판 사진에 특정 모델의 사진들이 내걸리든가 하는 사례들의 경우엔, 그 광고의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광고 효과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광고물에 등장하는 모델이나 연예인들은, 사전에 광고 게재 기간이나 광고 게시 형식 등과 관련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게 됩니다.
반면 주얼리 쇼핑몰 착용 샷(사진)의 경우엔 다릅니다. 대부분의 쇼핑몰들의 사진 배치 현황을 보면, 쇼핑몰의 메인 화면에서 착용 샷(사진)들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메인 화면엔 우선적으로 주얼리 제품들 위주의 사진들이 배치됩니다.
그런 다음 소비자가 어떤 특정 사진을 클릭했을 때에야 비로소, 해당 제품의 상세 페이지에서 관련 제품의 착용 샷을 접할 수 있습니다.“
윤 대표에 따르면, 이로 인해 주얼리 쇼핑몰의 메인화면만 봐서는, 모델들의 초상권 침해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문제가 된 A사의 주얼리 쇼핑몰 목걸이 섹션의 초기 화면 모습.
이 초기화면에는 제품 사진들 위주로 내걸려 있기 때문에 초상권 침해의 여지가 거의 없다.
착용 샷 모델 누군지는 중요치 않아
실제 윤 대표가 운영하는 쇼핑몰 사진들을 유심히 보면, 전체적으로 착용 샷이 아닌 제품 자체만의 사진들이 쇼핑몰 전면에 내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간혹 착용 샷들이 눈에 띄기도 하는데, 그 사진들도 대부분 주얼리 제품들을 착용한 신체 일부 부위 촬영 사진들이 주로 노출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일반적으로 주얼리 쇼핑몰의 수천수만 개의 주얼리 제품들 중 특정 모델의 착용 샷을 찾으려 하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일일이 제품들 사진을 클릭하여 상세페이지까지 열어봐야 한다.
게다가 주얼리 쇼핑몰들의 메인 화면의 사진 게재 순서도 대부분 최신 사진 순이다. 촬영 시기가 오래 될수록 후 순위로 밀리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상권 침해 여지도 같이 줄어드는 것이다.
아울러 쇼핑몰 내에서의 검색 키워드를 조사해 보면, 모델 이름으로 검색하는 경우란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주로 인기상품순, 신상품순, 낮은 가격순, 높은 가격순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착용 샷 모델이 누구인가의 문제는 매우 부차적이어서, 제품 홍보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착용 샷 촬영 계약서에 사진 사용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관련 제품들의 사진을 또 다시 촬영을 해야 한다면, 너무 부당합니다.
게다가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관련 사진들을 다시 찍으려고 하면 모델료보다 기타 부대 비용이 3-4배나 더 들어가게 됩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대는 결과가 되는 겁니다.”
이 같은 판결을 두고 현재 업계는 벌집을 쑤신 듯 술렁대고 있다. 이 판결이 그대로 고등법원에서 확정돼 버리면, 거의 대다수 쇼핑몰 업체들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추가로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한 목소리로 고등법원 재판부에 호소하고 있다.
“주얼리 착용 샷 촬영을 하기 전에, 모델 측에서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사진을 내리거나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다면, 업계 누구도 그러한 모델과 계약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할만한 실익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차후에 유명 연예인이 된 모델을 너무 옹호하는 판결을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모델은 본인이 유명 연예인이 된 다음에야, 과도한 초상권 침해 운운하며 해당 제품 사진을 내리거나, 비용을 추가로 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주얼리 쇼핑몰 업계는 계약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쇼핑몰 업체들에게 너무 과도한 경제적 불이익을 지우게 될 것입니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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