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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창간 특별 기획 | 무엇이 주얼리 산업 발전 가로막나 1, 함량 미달 금 원자재 및 주얼리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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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귀금속보석신문 댓글 0건 조회 1,434회 작성일 23-07-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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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원자재 유통 혁신 없으면, 업계 미래는 없다

한 제조업체, 무작위 수거된 결제금 덩어리 재보니, 평균 98.5% 기록

995 순금 제조업체들 책임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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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선 5나인, 6나인 골드바 유통하고 있는데...

최근 이탈리아에서 온 한 중견 주얼리 제조 업체가 국내 한 A분석업자에게 물었다. 

“5나인, 6나인 골드바를 만들 수 있나”

“당연히 만들 수 있다. 어디에 필요하나.”

“함량이 높은 순금을 커팅하면, 더욱 아름다운 빛을 내기 때문이다.”

세계는 계속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4나인 골드바 생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데 외국 주얼리 선진국들은 5나인, 6나인 골드바 유통으로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 졸지에 사기꾼 취급받은 한 분석업자

지방에서 큰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여성 고객이 평소 알고 지내던 종로의 분석업자 B씨를 찾아왔다. 평생 선물을 받아 지니고 있던 금붙이들을 한꺼번에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순금 골프공, 행운의 열쇠, 거북이 등이었다. 무게는 약 1kg 정도였다. 

한데 B씨가 분석을 해보니, 999 순금 기준 980g에 불과했다. 2% 함량 미달 금붙이들이 분명했다. 금시세로 봤을 때 160여만 원이나 빠진 셈이다.

 

순간 이 같은 결과를 접하고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침묵이 흘렀다. 어이 없어 하는 여성 고객의 눈초리가 이상하게 변했다. ‘분석을 하면서 금을 가로챈 것 아닌가 하고, 나를 의심하는 게 아닌가’ 

B씨도 당혹감을 떨치기 어려웠다. 어떻게 상황을 설명할 것인가.


이에 바로 그 자리에서 B씨는 골드바 유통업을 하는 C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피커폰을 통해 C씨가 얘기했다. 

“아니 그거 고금 함량이란 게 다 그렇지. 2%는 약과야, 그보다 더 빠지는 경우도 많아.”

“그걸 어떻게 유통해?”

“그걸 저렴하게 사가지고, 세척해서 또 파는 거지.”

B씨는 이래저래 씁쓰레한 마음으로 분석 비용 45만원을 포기하고 고객을 돌려 보냈다. 

돌아가는 그 여성 고객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종로 업체들을 싸잡아서 000들로 바라보게 되지 않았을까. 


■ 덩어리 금으로 결제된 금 함량 재보니 참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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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종로 한 제조업체 D대표가 그날 들어온 결제금 덩어리들 함량을 재봤다. 자체 분석기로 재본 결과는 참으로 참혹했다. 

18개 덩어리 금 중 999 함량을 맞춘 덩어리 금은 단 한 개도 없었다. 2%나 함량이 부족한 금(97.9)이 5개, 1.9% 함량이 부족한 금(98.0)이 7개나 됐다. 그래서 평균 98.5% 함량을 기록했다. 

만일 그가 결제금으로 1kg의 덩어리 금을 당일 모두 받게 됐다면, 그는 그날 하루에만 120여 만원의 손해를 보게 됐을 것이다. 

거꾸로 그러한 결제금을 유통한 결제 대행업자들은 그만큼의 이익을 보게 돼 있다. 종로에서 오가는 결제금 규모가 매월 천문학적인 규모라고 추산했을 때, 누군가는 매월 큰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매월 천문학적인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결제금을 두고 벌어지는 먹이사슬의 실태

보통 고객들은 주얼리 제품을 살 때 현금을 주거나, 자신이 갖고 있던 고금을 소매점들에게 주고, 새 주얼리 제품을 주문하게 된다. 

소매점은 고금에 대해서는, 3.75g당 3천 원의 분석료를 받고 주문을 받게 된다. 이같은 고금과 분석료는 어떤 과정을 통해 제조업체들에게 전달되는가. 

그 몫은 소매점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조업체들에게 주문을 넣는 총판들, 중상인들의 몫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중간에 결제 대행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일부 업체들 사이에, 고금의 함량을 빼내거나, 분석료를 가로채 가는 업체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발주를 하는 소매점들과 제조업체들이라고 해서, 모두 이같은 먹이사슬에서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부문에서도 극히 일부 업체들이 이같은 먹이사슬에 가담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 995 순금 제조 및 유통 업체들 책임도

국가기술표준원의 KS D 9537 고시(귀금속 및 그 가공제품)에 따르면, 땜없는 일반 순금 제품은 무조건 함량 999를 맞추어야 한다. 단 땜이 있는 제품에 한해서 995 함량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회장 김종목)가 주얼리 제품 함량 조사를 해 봤다. 그 결과 땜이 없는데도 50% 이상이 995 제품으로 유통되고 있었다. 그리고 파괴분석을 했을 때, 땜이 있는 995 제품들 중 40% 이상이, 995 함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995 제품들을 유통하고 있는 대부분의 총판 및 소매점들 사이에, 주고 받는 고금의 함량이 부정확할 가능성이 크다. 소정의 분석료를 제대로 주고받고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대안 모색

▶ 첫 번째, 제조사 각인 없는 골드바, 덩어리 금 포함, 주얼리 제품 유통 근절해야

골드바 포함 주얼리 제품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제2의 화폐라고 볼 수 있다. 제조사 각인 없는 주얼리 제품들은 한국은행 도장이 찍히지 않는 돈이나 다를 바 없다. 

이탈리아에서는 자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주얼리 제품, 그리고 골드바에는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별 마크와 함께 해당 브랜드 회사의 지역번호, 제조 회사의 고유번호, 함량이 표시돼 있다. 이러한 법정 마크 및 표시가 없거나, 그런 표시들이 잘못된 경우 엄격한 법의 제재를 받게 돼 있다. 

우리나라도 최소한 공인된 검인기구 검인 및 제조사 각인, 함량 표시가 돼 있지 않으면 유통을 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 두 번째, 범 업계가 나서야

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범 주얼리 업계 단체들이 나서야 한다. 제조업계는 제조업계대로, 소매업계는 소매업계대로 각자 힘을 모으고,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회장 오효근)는 이러한 단체들의 의견을 대변하여 범 업계 캠페인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러한 단체들의 캠페인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는, 지난 2020년 3월에 확인된 바 있다. 당시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는 “앞으로 6개월 후인 9월 1일부터는 ‘995 제품’을 근절시킬 것”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나선 적이 있다. 

그러고 나서, 바로 그 직후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앙회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995  순금업체들에게 전화가 빗발쳤다.

그와 함께 그러한 제품들을 반품하겠다는 전화도 쇄도했다. 그러자 일부 995 제조업체들 및 총판업체들이 “더 이상 995 제품들로는 희망이 없겠다”라며 제품 제조 및 판매를 중단하거나, 999 제품으로 갈아타야 하겠다는 움직임이 일부 일었다. 

하지만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예기치 않는 코로나 사태가 창궐하기 시작하자, 양상은 변했다. 중앙회가 입장을 완화하자, 995 업계 움직임도 예전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만일 코로나라는 돌발 상황이 없었고, 이에 따라 당시 중앙회가 예정대로 당초 방침을 행동에 옮겼다면, 적어도 995 문제는 현재처럼 크게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각 단체들이 각인이 안 된 골드바 및 덩어리 금, 주얼리 제품들에 대해 판매 및 유통 거부에 나서게 된다면, 또 KS 기준에 미달하는 995제품 유통 및 판매를 거부하게 된다면 업계는 또 다시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 셋째, 범 업계가 나서서, 원하는 업체들은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종로, 부산, 대구, 광주, 익산 등 집산지에 각인이 이뤄진 공인된 골드바, 덩어리 금 전문 교환소를 건립할 필요가 있다. 

정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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