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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동행 취재 - 한 주얼리 도매업자의 보이스 피싱 피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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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귀금속보석신문 댓글 0건 조회 635회 작성일 23-02-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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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통장 거래가 정지됐어요”

사기꾼에게 금을 판매한 소매점 및 그 소매점에 금을 판 도매업자의, 모든 통장 입출금 정지조치 당해 

출금 뿐 아닌 입금까지 정지한 것과, 제때 정지 조치 해제 하지 않은 신한은행 등 법적 처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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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5일 종로 소재 A 도매점, 기다란 설 연휴를 끝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영업을 시작하는데... 매장 금 거래 전용 카드 단말기의 카드결제가 갑자기 이뤄지지 않는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다급하게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 종로중앙지점으로 달려갔다. 

은행 창구에서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월 19일, B 소매점에서 보이스 피싱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보이스피싱 피해 자금이 A 도매점 통장에 유입됐고, 이에 따라 A 도매점 명의의 전 통장 거래가 정지됐다는 것이었다.  

B 소매점은 A 도매점의 오랜 거래처였다. 19일 B사는 A사로부터 금 전용 카드 결제를 하고 2400여 만원 상당의 금을 사간 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졸지에 A사는 B사의 돈이 유입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회사의 모든 통장 거래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 기존 일반 보이스피싱 사기범과는 너무 달랐던 손님(?)의 방문

지난 달 19일 소매점 B사에 한 여성 고객이 찾아왔다. 50대 전후반으로 보이는 그 고객은 여느 고객들처럼 너무 평범했다. 옷매무새도 꽤 단정했다.

그는 며칠 전부터 두어 차례 정도 사전에 전화를 걸어왔다. 금 가격 등을 확인하는... 그는 매장에 오면서, 50여만 원 상당의 금붙이를 가져와 B사에 팔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금 가격을 다시 물어본 후, 갖고 온 핸드폰을 이용해, 바로 B사 통장으로 비용을 이체했다.

“2,400여 만원에 이르는 돈을 인출해서 가져오기는 힘들지 않느냐”라고 말하면서...

B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눈 앞에서 자기 폰으로 이체를 당당하게 하는 고객을 의심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 고객의 주민등록증을 즉석에서 보여달라고 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지금도 입금자 명의가 고객 본인 것이었는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다.

이어 B사가 A사로부터 금을 가져와 그 고객에게 넘기기까지 꼬박 1시간여가 걸렸다. 그 사이 그 고객은 매장에서 커피도 마시고,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다가 금을 인도받고 떠나갔다. 

그런 후 B사 또한 자사 통장들이 거래정지된 것을 알게 된 것은 명절 직후인 25일이었다. 

기업은행에 갔다가, 거래 정지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됐고, 금거래 전용통장 개설은행인 신한은행 지점에 가서야 그 내막을 알게 됐다.

이에 B사는 신한은행의 요청에 따라, 사건 전후 과정을 소명하는 글과 증빙자료를 준비해서 신한은행 측에 건넸다. 

사기범이 B사에 방문하기 전에 통화한 통화 녹음 내역, 내방 후 행적이 담긴 CCTV 영상 자료 등. 이 자료들은 B사가 사기범과 사전에 전혀 연루되지 않았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 정황들이 모두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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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가 금융감독원에 낸 민원서류


▶ 통장 거래 정지 후 A사의 처절한 고통 시작

이로부터 애꿎은 A사의 길고 처절한 고통이 시작됐다. 하루 금 거래 규모가 2-3kg이 넘는 회사였다. 매일매일 현금으로 1억 5천만 원-2억 원대의 자금이 계속 오고 간다. 잇따라 금 매입 주문이 몰려오는데, 한결같이 카드 단말기는 계속 먹통이었다. 

금 거래 전용 통장의 거래가 출금뿐 아니라 입금까지도 정지됐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금거래 전용 통장 뿐 아니라, A사 이름으로 개설된 모든 통장 거래가 정지됐다. 

이 상황에서 A사는 개인통장 번호를 고객에게 알려주기는 어려웠다. 금 부가세 매입자 납부 특례 제도의 특성상 금전용 통장이 아니면, 나중에 부가세 환급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A사는 할 수 없이 고객들에게 카드 결제는 나중에 통장 거래가 정상화됐을 때 해 주더라도, 일단 먼저 매입하고자 하는 금을 구해서 인도하겠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만 다른 데서 사고, 나중에 다시 우리 쪽과 거래를 계속 하자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애지중지 이어온 고객들을 단 한 순간에 다른 업체들에게 뺏기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A사 또한 이런 거래는 몹시 부담되는 거래였다. 작지 않은 규모의 거래인데, 금을 받은 고객이 나중에 변심하여 금값을 떼먹거나, 결제를 계속 미루거나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할 수 없이 A사는 금을 급하게 구해서, 그때그때 고객에게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틀간은 이렇게 대응을 급하게 하긴 했지만, 제3 영업일이 되면서부터는, 갖고 있는 현금이 모두 바닥나 버렸다. 그래서 갖고 있던 유휴 금붙이들을 모두 녹여서 대응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곧 한계에 이르렀다.

갖고 있는 금이라고 해봐야 양이 많지 않았다. 이 때부터 할 수 없이 지인들에게 급전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 누군들 여유 자금이 넉넉할 수 있을까. 

그래서 관할 신한은행 지점 관계자에게 계속 하소연했다. “내가 무슨 죄냐. 우리는 기존 고객에게 금을 판 죄 이외에 아무런 죄도 없지 않느냐”

하지만 신한은행 지점 측은 본사 관계자에게 문의를 하고 나서, “아직 경찰 쪽에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사기범과 B 소매점, A 도매점 간의 연관 가능성도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분간 구좌 거래 정지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게 본사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A사는 말했다. “정 그렇다면 사기 금액에 해당하는 2,400만여 원만 묶어두고, 그 이상의 거래는 허용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느냐”라고 계속 항의했다. 

하지만 은행으로부터 “그건 규정상 어렵다”라는 답만 되풀이됐다. 


▶ 금융감독원과 신한은행 본사까지도 가봤지만...

그러는 사이 자꾸 시간은 계속 흘러 사건 발생 후 제7영업일인 2월 2일이 됐다. 마침내 A사는 금융감독원 민원실을 찾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뽀족한 답은 없었다. 그냥 사건 접수만 해두고 가라는 얘기였다. 사건 접수를 하고 돌어서려는데, B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B사 통장 거래가 풀렸다는 통고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서광이 비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순간 ‘왜 1차 피해 업체 통장은 풀어주고, 정작 더 혐의가 없는 2차 피해 업체 통장은 풀어주지 않는 거지’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왕 나온 길에 서울시청 부근의 신한은행 본사에 사정을 해 보자 하고 본사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은행 본사는 A사와 같은 일반 고객들에게는 쳐다보기도 어려운 곳이었다. 본사 안내 창구에 물어보니, ”본사 담당자와는 연결이 어렵다. 건물 1층에 있는 영업점으로 가서 접수를 하고 가라“라는 말뿐이었다. 

옆에 있는 영업점에 가니, “피해 현황을 접수하면 본사 담당자에게 넘겨주겠다”라고 말했다. A사는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여기까지 온 길에 본사 담당자에게 사정이라고 하고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에 창구 직원은 “그것은 불가하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럼 전화 통화라도 하고 갈 수 있도록 해 달라”라는 하소연에도, “우리도 직통 전화는 모른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발길을 돌리려니,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는 도저히 돌아가기 어려웠다. 고객들의 주문 전화에 계속 시달리고 있을 매장 분위기가 눈에 선했다.

할 수 없이, 주거래 지점인 종로 중앙지점으로 바로 향했다. 그런데 마침 매장의 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1억 원만 급히 돈을 융통해 갖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종로지점에 들려 더 사정을 해보고 돌아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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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래 지점에 사정사정한 끝에... 

이윽고 종로 지점에 도착해서, 지점 창구 직원에게 요청했다. 

“1차 피해자 통장은 풀렸다는데, 왜 죄가 없는 우리 통장은 풀어주지 않느냐. 본사 담당자와 연결해 달라” 이에 지점 창구 직원은 “본사 담당자가 점심 중”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이런 거대한 은행이 꼭 담당자가 한 명뿐이라는 얘기냐. 빨리 연결해 달라”라고 하니, “또 한 명의 담당자도 사정상 오후 2시는 돼야 자리에 돌아온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한시가 급하다는 생각에 B사는 급기야 창구 직원에게 지점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사정했다. 그런데 지점장은 부재 중이라고 하면서, 부지점장을 대신 연결해 줬다. 

사정을 들은 부지점장이 즉시 본사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로부터 30여 분 후 부지점장이 말했다. 

“피해 금액에 해당하는 돈은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묶어 두고, 일단 그 이외 금액의 통장 거래는 허용이 됐다”는 것이었다. 

사건 발생 후 무려 7영업일이 지나서야 통장 거래가 정상화되는 순간이었다. 


▶ 신한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조치는 적절했는가

이 순간 A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순식간에 해결될 일을 왜 7영업일이나 되도록 해결해 주지 않은 거지”하는 의문이 들었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 풀어줄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진즉부터 풀어줄 수 있는데, 은행 측에서 시간을 끈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또 ‘B사를 풀어줬다면, 당연히 A사를 풀어줘야 해서 풀어준 건지’ ‘아니면 A사에서 계속 요구를 해서 귀찮아서 풀어준 건지’ 그 근거도 모호했다. 

아울러 A사와 B사에 대한 의심이 풀려서 통장 거래를 풀었다면 당연히 A사 통장의 2,400만 원도 인출할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하지 않는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이런 문제들을 물어보기 위해 A사 및 A사와 동행한 기자는 신한은행 측에 이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하지만 지점 관계자는 “본사에서 답변이 어렵다라고 한다”라는 답변만 계속 반복했다.

그 후 일주일여가 되도록 아직껏 이에 대한 답변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약칭,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 1항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수사기관 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된다는 정보제공이 있는 경우, 즉시 해당 사기 이용 계좌의 전부에 대하여 지급정지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동법은 제8조 ①항에서 “금융회사 및 금융감독원은 동법 제7조 제1항에 따른 ‘정지구좌 명의인이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는 경우’나 ‘금융감독원 또는 수사기관이 해당 계좌가 사기 이용 계좌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지급정지 조치를 종료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안에서 A사의 통장은 입금마저 정지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A사는 금 매입자로부터 금 구매 대금을 받지도 못한 채 외상으로 금을 인도할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B사는 1월 25일 신한은행에, 자신이 사기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증빙 자료 일체를 충분히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데도 신한은행과 금융감독원은 동법 제8조 1항에 따른 지급 정지 절차를 즉시 종료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동법 제18조 5항은 “위 제8조 제1항을 위반하여 지급정지 절차를 종료하지 아니한 금융회사에게는 1천만 원 미만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과 은행감독원은 법적인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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